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4일,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오류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평가원장에서 자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평가원장은 정부세종청사에서 2015학년도 수능 정답을 확정·발표하면서 "올해는 작년과 같은 문항 오류를 막기 위해 출제 및 검토 과정을 보완하고자 최선을 다했으나 또다시 흠결을 가진 문항을 출제하게 됐고,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혼란과 불편을 드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평가원장이 수능 출제 오류와 관련해 사퇴하는 것은 2004학년도, 2008학년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한편 지난 13일 실시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생명과학과 영어 영역에서 또다시 복수정답이 인정됐다.
특히 생명과학Ⅱ의 복수정답이 인정되면서 의대 지원 수험생들의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학생 진로지도에 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어 25번 문항은 ④번 외에 ⑤번도 정답으로 인정하고 생명과학Ⅱ 8번 문항도 ④번 외에 ②번도 정답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생명과학Ⅱ 8번문항은 대장균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할 수 있는 효소의 생성 과정을 묻는 문제다.
평가원은 보기 'ㄱ'과 'ㄴ'이 옳다고 보고 애초 정답을 4번이라고 제시했지만 이의를 제기한 학생들은 'ㄱ'도 틀려 정답은 2번이라고 주장했다.
EBS 수능 교재에서 RNA중합효소가 조절 유전자가 아닌 프로모터에 결합한다고 나와 있기 때문에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고 한 보기 'ㄱ'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평가원은 생화학분자생물학회, 한국미생물학회, 한국생물교육학회 등 관련 학회의 자문과 23일 열린 이의심사실무위원회 회의를 거쳐 이의신청 내용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이에 따라 'ㄱ'이 포함되지 않은 ②번도 정답으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 선택지 ㄱ에서 RNA 중합 효소가 조절 유전자의 DNA에 결합한 상태로 전사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오류가 없지만 표현상의 문제로 인해서 조절 유전자를 오페론의 구조 유전자처럼 프로모터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결합한다'라는 의미를 결합하는 동작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보기의 선택지 ㄱ의 진위를 판단하는 데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교육과정에 위배되지 않지만 표현상의 문제로 인해 해석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보기의 선택지 ㄱ과 ㄴ을 모두 '참'으로 판단하거나 보기의 선택지 ㄴ만 '참'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④번 외에 ②번도 정답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올해 수능에서 과학탐구를 본 자연계열 수험생 24만5762명 중 생명과학Ⅱ를 선택한 학생은 3만3221명으로 전체 과탐 지원자의 13.5%를 차지한다.
복수정답이 인정된 영어 25번 문항은 미국 10대 청소년들의 SNS 개인 정보 유형을 2006년과 2012년 그래프로 비교하고 '일치하지 않는 것'을 고르는 문항이다.
평가원은 4번을 정답으로 발표했지만 수험생들은 %와 %포인트 개념을 무시하고 '18%포인트'를 '18%'라고 잘못 표현한 5번 역시 도표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복수 정답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가원은 이의 신청 내용이 통계 용어와 관련된 것이므로 출제에 참여하지 않은 통계 관련 전문가와 영어 관련 전문가가 참석한 이의심사실무위원회를 개최해 %와 %포인트 개념을 잘못 쓴 5번도 정답으로 인정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퍼센트는 기준량을 100으로 할 때 비교하는 양의 비율을 나타내는 반면 퍼센트 포인트는 비교하는 백분율 간의 차이를 나타낸다"며 "5번 역시 주어진 그래프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5번도 정답으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수능 시험 결과 평가원 홈페이지에 접수된 이의신청된 문항은 131개 문항 1105건으로 나머지 129개 문항에 대해서는 학회자문과 이의심사위원회의 심사 등을 거쳐 '문제 및 정답에 이상 없음'으로 판정했다.
24일 평가원에 따르면 수능시험이 도입된 후 복수정답이나 문제 오류가 인정된 것은 이번 2015학년도 수능을 포함해 모두 5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