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경북=기고]
발달장애인법 시행령 발효를 맞아!
"왜 하필 우리 아이일까요...?"
사람에 대한 관심을 업(業)으로 삼고 있는 필자가 많은 발달장애 부모를 만나오면서 수 없이 들어온 질문 중 하나이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쯤 위 질문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질문에 대한 답은 장애인 자녀를 둔 필자조차도 선뜻 찾아지지 않는다. 동장군(冬將軍)이 채 물러나기 전 2012년 2월 중순. 서울 보신각에는 전국의 발달장애인 부모 약 2,000명이 모였다.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발제련)가 행동을 시작하는 자리였다.
<미성년 장애인 중 약 60%가 발달장애인>
같은 해 5월 31일,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은 '발달장애인 지원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발달장애인법)'을 대표 발의했다.
그로부터 2년 뒤 2014년 4월. 발달장애인법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장장 2년 2개월에 걸친 국민의 호소와 설득, 투쟁, 조정, 양보의 산물이었다.
그리고 다시 1년 5개월 동안 발제련과 보건복지부는 그 시행령을 만드느라 수십 차례의 밤샘 회의를 갖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2015년 11월 21일이면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된다. 발달장애인은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및 인지적 장애를 동반한 장애인을 뜻한다.
현재 전국 발달장애인은 25만명. 그 중 80%인 약 20만명이 20세 미만의 어린아이다.
미성년 장애인 중 약 60%가 발달장애인이다.
이들은 출생 후 인지적 능력이 발달되지 않아 성인이 되어서도 세수나 화장실 사용 등 간단한 일상생활조차 타인의 도움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
의사소통 능력 또한 많이 부족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스스로 보호하는 것에 상당한 어려움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번 '발달장애인법'은 우리나라 장애관련 법 최초로 '개인별 맞춤 지원 서비스'를 명시하고 있다.
장애 유형이 어떻든 간에 1급에서 5급까지 장애 분류에 따른 획일적이고도 행정편의적 복지에서 탈피한 최초의 법안이다.
또한 발달장애인 당사자뿐 만 아니라 아이들을 양육·지원하는 가족의 부담을 완화하고,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부모 지원을 명시한 첫 법안이다.
허나 이달 말 법안 시행을 앞두고 당초 예산에서 60억원이 삭감됐다.
발달장애인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전달체계 비용이 정부의 최종 예산서에서 빠져버린 것이다.
이는 국내 20만명 이상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실망과 아쉬움을 안겨줬다. 하지만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발제련과 복지부, 국회 복지위가 서로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이 생성되었기에, 발달장애인에 대한 정부의 복지 정책과 시행은 개선되고 확장되리라 믿는다.
<'장애'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더불어 행복한 사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발달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응원'이다.
중국 진(秦)나라 재상 한비자는 그의 저서 '한비자'에서 "두 손바닥을 마주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孤掌難鳴)고 서술했다.
우리 사회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이들을 응원하고 격려한다면, 경제적 지원은 물론 나아가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에 큰 물줄기가 될 것이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발달장애인법 시행으로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고민이 모두 해결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기폭제로 "왜 하필 우리 아이일까요?"라는 질문의 답을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되기를 기대한다.
그 질문 자체가 의미 없어지는 사회, 더 나아가 '장애'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더불어 행복한 사회'가 되길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