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현
시인, 안동에서 '꽃과 나무' 꽃집운영
"우리가 남이가" 그러면 "그래 남이다"라고 대답해야 된다.
빨간 조끼에 이정현이란 이름표만 없으면 재래시장에서 일상적으로 보는 우리 이웃인 김씨 또는, 이씨의 모습이다. 선거에 출마하는 입후보자가 아니라 전라남도 순천,곡성이라는 지역을 떠나 경상북도 안동 구시장 또는, 신시장. 그것도 아니면 북문시장에서 맨날 만날 수 있는 그런 이웃의 모습이다.
선거철만 되면 정장으로 잘 차려입은 입후보자와 지지자들이 때거지로 우르르 몰려와 악수하고 명함돌리고 한표의 지지를 부탁하는 모습만 봐온 나로서는 이 사진 한장이 주는 의미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피를 말리는 승패를 가르는 선거에서 선거에 이길려고 나온것이 아니라 그냥 선거를 일상적으로 즐기려 나온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야당의 텃밭에서 헐렁한 바지에 빨간 조끼하나 걸치고 다니는 선거운동은 누구나 상상 가능한 운동이 아니다. 거울보고 머리를 가지런히 빚고 넥타이를 반듯이 매고 옷에 먼지가 있나 없나 확인하고 코디를 두고 와이사츠와 양복의 색상이 어울리는지를 확인하고 점검하는 프로꾼들이 설치는 피말리는 선거판에서는 말이다.
이러고도 이양반이 당선되었단다.
어리숙하고 바보스런 이웃 아저씨같은 사람이 당선되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청와대 대변인을 역임했다니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한걸까? 아니면 1000억 정부 예산을 지역에 폭탄처럼 투여하겠다고 하여 유권자들이 순간적으로 돈에 혹 하였는가?
그렇다고 치자. 그가 말쑥한 양복 차림에 잰틀한 모습으로 정장차림의 조폭 똘마니들을 대동하고 유권자들에게 폼잡고 저런 공약을 하였어도 순천,곡성의 유권자들이 혹 하고 넘어 갔을지를 생각하면 유권자들이 어쩌면 '사기치네'하고 먼저 웃어 넘겼을지도 모른다.
영남이 여당의 텃밭이듯 호남의 순천,곡성은 야당의 텃밭이다. 최근에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에 대한 민심이 이반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곳은 진보적인 통합진보당 김선동 전의원이 당선되었던 곳이다. 이런곳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었다.
순천,곡성의 유권자들은 영,호남당이란 한국의 고질적인 지역당 구조의 정치판을 뒤 흔든 첫사례가 되었다.
어쩌면 지난날 안철수 현상이 생긴것도 고질적인 지역당 구조를 바꿔달라는 국민들 여망의 결집이었다. 진보정당의 후보를 국회에 보낸것도 지역당 구조가 깨지기를 바라는 순천,곡성의 유권자들의 바람이 아니 었을까?
이제 영남에서도 2년뒤 다가오는 총선에서 우리 유권자들이 답해야 된다.
"우리가 남이가"하고 새누리당이 물으면 "그래 남이다"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변한다. 고질적인 영,호남당의 구조적인 정치판이, 우리들의 삶이 궁극적으로 변한다고 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