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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구하는 대상이 다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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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뉴스경북)

전준우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저서]

배우론

교육의 힘

탁월한 책쓰기

초성장 독서법

하루 10분 부모연습 (가제 : 부모가 되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추구하는 대상이 다를 때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아내와 점심을 무엇으로 먹을까 이야기하다가 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면을 좋아하는 아내는 쫄면이 먹고 싶다고 말했는데, 나는 한겨울에 냉면이 먹고 싶었다. 두 번 손이 가는 일이었지만, 내가 옆에서 거들기로 하고 아내는 냉면과 쫄면을 함께 만들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마트에는 냉면이 없었다. 철 지난 상품이다 보니 매대에서 모조리 빠져버린 것이었다. 대형마트에 가봐도 마찬가지였다. 시원한 냉면에 얼큰한 우동국물이 먹고 싶었는데, 하며 입만 다시고 있었다. 그 때 아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일단 집에 가자. 내가 냉면 해줄게."

"면이 없는데 어떻게 해?"

"시도해보는 거지."

그 날 아내는 쫄면 한 그릇, 비빔양념을 넣지 않은 쫄면에 육수를 조금 넣은 '냉면'을 만들었다.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나는 반찬투정을 하지 않는다. 주면 주는대로 먹는다. 딱히 가리는 음식이 없을 뿐더러 남편이 반찬투정 하는 것만큼 보기 흉한 것도 없다는 생각에서다. 아내가 만들어준 요리가 항상 입맛에 맞을 리는 없지만 짜면 짠 대로 싱거우면 싱거운 대로 먹는다. 요리를 만들어 준 아내가 "맛이 어때?"하고 물으면 "정말 맛있어!" 외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아내와 함께 살면서, 내 아내가 생각하는 가치는 '남편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모든 아내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가장을 만족시키는 것은 가정을 편안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첫번째 방법 중 하나다. 내 아내는 이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남편인 나를 만족시키는 데 집중한다.

 

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아내가 해주는 반찬, 요리, 식습관에 별다른 불만을 갖지 않는다. 아내가 없으면 내가 차려먹고, 아내가 늦잠을 자도 내가 차려먹는다. 반찬도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다. 그래서 내 아내는 요리에 있어서만큼은 굉장히 편안해한다. 서로를 만족시키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반면에 결혼하기 전부터 서재를 만드는 것은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집은 반드시 서재가 있어야 하며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했다. 하도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아내는 결혼하기 전 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부터 서재로 쓸 공간을 미리 빼놓고 집을 구상하기 바빴고, 나중에는 "오빠는 그냥 서재랑 결혼해."하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서재는 글을 쓰고 작업을 하는 나에게나 유용한 공간일 뿐,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내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내에게는 서재보다 거실의 쇼파가 서재보다 더 유용하다. 그래서 나는 서재에서 뒹구는 것을, 아내는 새로 산 쇼파 위에서 뒹구는 것을 좋아한다.

 

상호만족의 법칙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상황에서는 서로가 만족할 수 있는, 아울러 상대방에게 가장 적합한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 아내와 나는 한 집에서 살지만 성향이 다르다. 밝고 쾌활한 아내는 누구를 만나던지 금방 친해지는 반면, 나는 오랜 시간을 두고 친해지는 성격이다. 반면에 늦잠을 자거나 티비를 보는 것을 즐기는 아내와 달리 나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고, 서재에 들어가면 하루종일 외부출입을 금할 정도로 사색을 즐긴다. 그래서 아내가 집에 있는 날에는 함께 밖에 나가서 장을 보거나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아내가 없는 날에는 하루 종일 서재에서 책을 쓰고 글을 정리한다.

 

대학생 시절, 친구들이 아르바이트와 취업 준비로 열을 올릴 때 나는 그 흔한 아르바이트 한 번 하지 않고 토익 시험 준비도 하지 않았다. 대신 함께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온 지인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창작뮤지컬 순회공연을 했다.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대신 대학 총장을 만나고, 광역시의 시장과 국회의원들을 만났으며, 장관들도 만났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취업보다 의미 있었기에, 기꺼이 내 시간을 의미있는 곳에 투자했고, 결과적으로 내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한 몫 했다. 후회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상호만족의 법칙은 상대방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적용되는 법칙이다.

 

상호만족이라는 것이 물질적인 대가나 나의 경우처럼 어떤 철학적 가치를 지불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작은 호의, 작은 노력, 작은 배려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일례로 나는 다양한 사람들과 모임을 가질 때 평범한 세일즈맨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직업에 관련된 명함이 아닌 다른 명함을 내민다. 그 명함에는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전준우]라고 되어 있고, 밑에 그간 집필한 책들과 간략한 프로필이 적혀 있다. 단순히 보험회사 명함을 내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된 적이 많다.

 

언젠가 나는 수십명의 직원을 거느린 회계법인 대표와 식사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원고 집필을 컨설팅해드리던 금융업 관계자와 미팅 시간이 맞아서 우연히 동행한 것이었다. 두 분은 초로에 접어든 성공한 사업가들이었고, 나는 30대 중반의 흔해빠진 젊은이였다. 그러다 컨설턴트 명함을 내밀자 그 분은 무척 반가워하시며 인사를 건넸다.

"젊은 분이 멋진 일을 하고 계시는군요. 조용할 때 사무실에 한 번 오세요. 식사 한 번 합시다."

아마 그 자리에서 보험회사 명함을 내밀었거나 빈 손으로 멀뚱멀뚱 서있었더라면, 그처럼 좋은 기회는 단번에 날아가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때때로 생명보험의 가치는 놀랄 만큼 위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때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상호만족이 가장 쉽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이들을 대할 때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학원에서 교사로 근무할 때, 나는 아이들이 떠들면 가만히 서서 겨드랑이를 간지럽히겠다고 선포하곤 했다. 떠들다 걸렸는데 혼이 나기는 커녕 겨드랑이를 간지럽힘 당하는 아이들을 생각해보라! 혹은 아이들 앞에서 요상한 포즈를 취하면서 '선생님 보고 웃기만 해봐. 혼날 줄 알아.'하고 이야기했다. 나에겐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훈계가 공존하는 활기찬 교실을 만드는 게 더 중요했다. 따분한 분위기나 경직된 분위기를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 공부를 엄청나게 싫어하던 어떤 아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나를 졸랐다. 집에 가서 숙제로 해올테니 오늘은 수업 빼주시면 안되냐는 이야기였다.

"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이것만 지키면 오늘 수업 빼먹은 것 아빠한테 안 이를게."

"뭔데요?"

"저녁밥 꼭 챙겨먹고, 동생도 밥 챙겨주기. 일기 쓰기.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기. 그리고 노트에 <나는 세계 최고의 학생이다> 다섯 번 쓰기."

", 할게요!"

아이의 부모님은 이혼하셨다. 매일 야근으로 늦게 퇴근하는 아버지 덕분에 저녁은 과자나 쫀드기로 때우기 일쑤였다. 나는 아이에게 다소 버거울 수 있는,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조건들을 제시하며 아이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법

수년 전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할 때 일이다. 당시 배우들의 마음이 만들어져있지 않아서 팀을 이끄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추억이지만, 대학생 시절 학회장으로 재직한 경험 외에 팀을 이끌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고난의 시간이었다. 팀원들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예술분야에 소질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독특한 성향들을 갖고 있는 줄 처음 알았다. 한창 어려워하고 있을 어느 무렵, 존경하는 선배님께서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리더는 마음에 그늘이 있어야 합니다. 커다란 느티나무는 무더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무 밑에서 낮잠도 자고 쉬기도 하지요. 팀을 이끌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좁은 사람도 있고, 좀 부족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그냥 들어주세요. 나중에는 자신들의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마음에 그늘이 있는 리더가 되면 팀을 이끌어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협상에 있어서 성공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으면서 상대방이 요구하는 조건이 무엇인지 면밀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협상은 내게 도움이 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시도 아닌가. 그래서 나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주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게 발언의 우선권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협상에 있어서 사람이 우선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상대방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줄 만한 마음의 그릇이 만들어지지 않은 사람과의 힘빠지는 협상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협상은 경쳥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존경하는 선배님게서 내게 해주었던 말처럼, 상대방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나면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갖기 마련이다. 아마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내가 요구하고자 하는 의견을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만들어져있을 때 내 의견을 제시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다음처럼 상대방의 말을 정리해주는 것도 좋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당신이 하신 말씀이 이러이러하신 것 같은데, 맞습니까?"

"제가 정리해볼게요. 여차여차한 것이 맞습니까?"

"혹시 제가 더 알아야 할 사항이나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까?"

협상을 시도함에 있어서 상대방의 말을 먼저 주의깊게 듣는 것, 즉 경청이 중요한 이유는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협상만큼 정보의 양이 중요한 무기가 되는 것도 없다. 다양한 질문을 던지면서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하고, 그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나의 장점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인 협상을 만드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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