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경북 9월 추천 詩]
도래솔은 말이 없네
아청/권태인
이울어가는 사시랑이 몸으로
우리 꼬두람이 잘 되게 해 달라
가없이 빌고 또 빌며 사로 자던 어머니
어느 봄, 하얀 꽃내 날리던 날
꽃보라 맞으며 흰여울 건너서
아버지 곁 한 송이 꽃으로 잠드셨네
내남없이 사랑을 말하지만, 그보다 깊어
별글로도 다 말하지 못할 다솜이여
애옥살이에 너널 하나 없어도,
매나니로 주린 배를 달래면서도
덜펵진 밥은 꼬두람이 몫이라던 어머니
잊어서 안 될 흐노니 깊어갈수록
애면글면하던 얼굴 잊힐까 저어하여
잔달음으로 늘솔길 지나 찾아 왔지만,
해찬솔은 사랑 노래 멈추었고
흰추위 이겨온 도래솔은 말이 없네
무덤가 소나무는 말이 없네
아청/권태인
점점 쇠약해져가는 가냘픈 몸으로
우리 막내 잘 되게 해 달라
끝없이 빌고 또 빌며 자는 둥 마는 둥 주무시던 어머니
어느 봄 하얀 꽃향기 날리던 날
바람에 날리는 꽃잎 맞으며 말고 깨끗한 여울 건너서
아버지 곁 한 송이 꽃으로 잠드셨네.
모든 사람이 사랑을 말하지만, 그보다 깊어
별처럼 아름답고 빛나는 글로도 다 말하지 못할 어머니의 사랑
쪼들리는 살림살이에 솜 덧버선 하나 없어도
맨밥으로 주린 배를 달래면서도
푸짐한 밥은 막둥이 몫이라던 어머니
잊어서 안 될 그리움 깊어갈수록
약한 몸으로 힘을 다하시던 얼굴 잊힐까 두려워
뛰듯 늘 솔바람 부는 길 지나 찾아왔지만
푸른 소나무는 사랑 노래 멈추었고
한겨울 추위 견뎌온 무덤가 소나무는 말이 없네
[뜻풀이]
이울어가다 - 점점 쇠약해 지다
사시랑이 - 가냘픈 사람이나 물건
꼬두람이 - 막내
가없다 - 끝이 없다
사로자다 - 자는 둥 마는 둥하게 자다
꽃내음 - 꽃향기
꽃보라 - 떨어져서 바람에 날리는 많은 꽃잎들
흰여울 - 물이 맑고 깨끗한 여울
내남없이 - 너나 다른 사람이나 다 마찬가지로
별글 - 별처럼 아름답고 빛을 내는 글
다솜 - 애틋한 사랑
애옥살이 - 가난에 쪼들리는 고생스러운 살림살이
너널 - 추울 때에 신는 커다란 솜 덧버선
매나니 - 반찬이 없는 맨밥
덜펵지다 - 푸지고 탐스럽다
흐노니 - 누군가를 굉장히 그리워하는 것
애면글면 - 약한 힘으로 무엇을 이루느라고 온갖 힘을 다하는 모양
저어하다 - 두려워하다
잔달음 - 걸음의 폭을 좁게 잇달아 떼어 놓으면서 바삐 뛰는 걸음
해찬솔 - 햇빛이 가득 차 더욱 푸른 소나무
흰추위 - 온누리가 눈과 얼음으로 얼어붙은 한겨울의 추위(추위를 빛으로 형상화한 말)
도래솔 - 무덤가에 죽 늘어선 소나무
작가 권태인
현 안동경찰서 풍산파출소 근무
시인/수필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사) 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대한문인협회가 시행하는
'순우리말 글짓기 전국대회'는 훈민정음이라는 이름으로 한글이 만들어진 지 570년을 기념하여 전국 공모전을 개최했다.
뉴스경북에 실린 기사 본문
http://www.newsgb.co.kr/news/article.html?no=9125